사진출처 : 아이비 님 인스타그램

생에 첫 시카고를 2021년 4월 3일 윤공주 아이비 최재림 캐스트의 첫 공연으로 다녀왔다

내 돈으로 직접 표를 사서 간 뮤지컬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캐스트 선택부터 티켓팅까지 매우 소중한 과정이었다

공연 당일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 시카고 넘버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놓고 외출 준비를 할 때부터 이미 내 마음은 공연장이었던 것 같다

예상치 못한 꽤 굵은 비가 내렸지만 기대감이 훨씬 크게 상회하는 그 기분!

 

 

자리가 괜찮을까? 망원경을 준비할걸 그랬나? 하는 수 많은 걱정들은 윤공주 배우의 <All That Jazz> 첫 소절 'Come on baby 다함께 즐겨봐'를 듣자마자 다 사라져버렸다

유튜브에 공개된 연습 영상으로 이미 많이 들은 넘버이고 충분히 멋지다 생각했는데도 완벽하게 준비된 무대에서 최고의 음향으로 듣는 윤공주의 목소리는 진짜 진짜 들을수록 감탄 그 자체였다

 

 

솔직하게 말하면 4월 3일 2시 공연을 선택한 이유는 아이비의 록시와 최재림의 빌리 때문이었다

그런데 공연이 끝난 지금 이 공연이 감동적일만큼 만족스러웠던 이유는 그 무엇도 아닌 윤공주의 벨마 때문이라고 말 할 수 있고 모두에게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다

그만큼 상상 이상으로 멋진 목소리와 연기를 보여줬다

 

 

 

아이비의 록시는 이미 그 어떤 설명이 필요 없는 대명사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뮤지컬에 관심이 전혀 없던 사람도 아이비의 <Roxie> 무대를 보면 한 번쯤은 보고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고

 

(이게 8년 전 영상이다.. 어쩜 더 놀라워진 연기력 말고는 변함이 없는지 대단..)

 

실제로 본 아이비의 록시는 예전 무대영상이나 최근 연습영상에서 보여준 섹시하면서도 광기어린 모습에

사랑스럽고 재치있는 모습이 더 많이 가미된 캐릭터였다

 

연습영상을 봤을 땐 민경아 배우의 록시가 매우 사랑스럽고 좀 더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 면모가 두드러진 록시라고 생각했고 아이비 록시는 좀 더 관록적이고 파워풀한 쪽이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내가 보기엔 충분히 사랑스럽고 순수한 록시의 모습이 아이비 특유의 섹시한 카리스마와 만나 멋지게 완성되었다고 느꼈다

 

배우들의 첫 공연이 소중한 이유는 '처음'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특별함도 있지만 그들의 긴장된 호흡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일텐데 아이비와 윤공주의 수많은 경험으로 다져진 여유와 무대장악력 덕분에 (좋은 의미로) 전혀 첫 공연같지 않은 느낌이었다

완벽도 면에서는 막공과 거의 차이가 없지 않을까하는 느낌

 

 

 

 

 

다음으로는 최재림의 빌리에 대한 감상

내가 남자 뮤지컬 배우에게 이리도 빠지게 될 줄이야

티파니 록시와 함께한 <We both reached for the gun> 안 본 사람은 제발 한국에 없길

 

시카고 넘버는 꽤나 대중적으로 알려진 편인데 이 넘버는 모든 뮤지컬을 통틀어 남자배우의 기량이 매우매우매우 중요한 곡이라 생각한다

무려 복화술과 여자목소리 변조라는 엄청난 스킬이 필요하고 여기에 여주와 앙상블 간의 호흡은 당연하며 중간중간에는 강력한 남성의 목소리로 노래해야하고 엔딩에는 긴 호흡까지 빼내야하는.. 여튼 남자배우가 매우 중요하다

위에 기술한 것들 중 어느 하나라도 애매하면 날카로운 뮤덕들에게 뭇매를 맞기 십상

 

그리고 이 영상을 봄으로써 미루고 미뤘던 시카고행 티켓을 드디어 끊을 때가 되었다고 결심했다

드디어 국내공연에서도 빌리 다운 빌리가 캐스팅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연습영상에서는 티파니와의 호흡만 공개됐기 때문에 아이비 록시와의 호흡이 정말 궁금했는데 오늘 실제로 보니 역시 기대이상이었다

일단 아이비가 연기를 너무 잘해서 최재림이 본인 연기에 충분히 집중하고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는 느낌

확실히 파트너가 중요하다

아이비의 마리오네트(?) 연기까지 시너지를 내주니 파트너도, 앙상블도 모두 더 완벽하게 보이게 해주더라

 

이 씬에서 최재림 표정을 잘 보고 싶어서 C블럭이었던 원래 자리를 A블럭으로 바꿨는데 잘한 선택인 것 같다

근데 다른 씬보다도 오히려 디테일이 잘 생각이 안 나서 슬프군.. 화려하고 정신을 쏙 빼놓는 장면인긴 한가보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만이라도 나중에 어딘가 따로 공개됐으면 하는 바람.. 당연 아이비 최재림 조합으로

 

 

그리고 빌리의 테마곡이라고 할 수 있는 <All I Care About>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빌리 플린의 성격과 가치관을 보여주는 중요한 넘버인데 솔직히 유튜브에서 이 영상을 봤을 때는 큰 감흥이 없었다

 

근데 오늘 본 무대에서 이 씬을 보는데 와 미치는거지

극 중 빌리는 잘나가는 변호사인데 돈과 특종 외에는 아무것도 관심 없는 철저하게 계산적인 사람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노래에서는 '내겐 오직 사랑만이 중요하다'고 말하는데.. 빌리가 어떤 놈인지 아는데도 최재림이 이 노래를 부르니까 '저 놈 원래는 좋은 놈이었나?'라는 착각을 하게 되더라

 

그리고 위 영상은 노래만 나와서 약간 캐릭터 성격을 보여주기에는 부족한데 실제로는 노래 뒤에 "사랑에는 여러 종류가 있죠 정의를 향한 사랑, 재판이나 소송절차에 대한 사랑, 남을 도와줄 때의 사랑.. 이런 것들이 제가 말하는 사랑입니다" 라는 늬앙스의 대사가 들어가는데 이게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공정성'을 매우 강조하는데, 아니 왜 쓰레기의 말에 자꾸 설득력을 더하시는거죠 재림빌리?

후 본체가 노래와 연기를 너무 잘하면 대사 한 줄로 갑자기 악역에게도 서사가 생겨버리는 매직을 오늘 경험했다

 

 

 

뮤지컬 시카고를 보면서 앙상블의 완성도에 대해서도 매우 감탄했다

최성대 신동아 강웅곤 이정선 전호준 유철호 계채영 이승일 방미홍 하유진 이희중 김주연 김병훈 전유리 조하린 김영은 계원주 배우가 앙상블로 참여했는데 무대영상을 하도봐서 그런가 앙상블 배우들도 본 무대에서 보니 다 알아보겠고 너무 반가웠다

 

특히 'We both reached for the gun' 연습영상에서 아래 캡쳐 앙상블 두분이 너무 눈길이 가서 찾아봤는데 정확히 소개된 곳을 왜 이렇게 못 찾겠냐

일단 남자분은 유철호 배우님인 것 같고 여자분은 김영은 배우님 같은데.. 후 왜 이렇게 찾기가 힘든건지

이렇게 멋진 앙상블들 왜 수납하지? 공식 소개가 시급하다

특히 여자배우님은 연습영상에서 사회자 대사를 대신하는데 짧은 대사에서도 티파니보다도 훨씬 탄탄한 발성이 돋보인데다 세세한 표정연기가 너무 좋아서 더 큰 배역도 잘 하실 것 같은 느낌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절대 적지 않은듯)

 

무튼 저 두 배우와 이 여자배우분도.. 99퍼 확률로 "무죄..!" 캐릭터 맡으신 조하린 배우님같은데 맞겠지? 아 진짜 러블리한 외모에 연기는 또 엄청 잘하셔서 기억에 남는다

 

 

 

윤공주와 아이비의 Hot Honey Rag 콜라보도 빼놓을 수 없는데

하 이러다가 모든 넘버에 대해서 다 쓰게 될 것 같다

최정원 님과 함께한 영상에서는 여유있는 벨마와 통통 튀는 록시의 모습이었는데

윤공주 님과 함께한 오늘 본 무대에서는 비슷한 똑단발 헤어스타일과 비슷한 체구 때문에 보다 어우러지고 조화로운 느낌을 받았다

 

 

 

 

아 그만 줄이려고 했는데

마지막으로 <애절한 구걸> 넘버 얘기도 해야겠다

아무래도 난 정말 이번 공연에서 윤공주 배우에게 제대로 입덕한듯

 

<애절한 구걸>에서는 윤공주 배우가 얼마나 탄탄한 기본기와 파워를 가진 배우인지 제대로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이 씬은 보는 나도 숨이 찰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동작과 대사를 원맨쇼 수준으로 혼자 해내야하는데, 과장 하나도 보태지 않고 헉헉하는 숨소리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이게 정말 가능한건가 싶을 정도로 대단한 기량인듯

그리고 넘버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벨마가 아주 비굴하면서도 적당히 유머러스한 모습을 보여야하는 씬인데 그러면서도 너무 가볍고 산만해 보이지 않게 완성도를 높인 것을 100% 배우의 능력이었다고 본다

이 씬도 다시 보고 싶은 씬으로 꼽고싶다

 

 

진짜 마지막으로 대성 디큐브아트센터 2층 A구역 2열의 시야

시력 1.0 이상이면 망원경 없어도 된다

물론 있으면 더 좋다

디큐브아트센터는 홀 자체가 크기 않아서 사이드니 중블이니 크게 개의치 않아도 된다

시카고석은 매우 탐났지만 첫공연을 VIP석으로 가는 것만으로 만족하자고 생각하고 자리를 잡았는데 무대를 전체적으로 볼 수 있다는 2층만의 장점이 있기 때문에 결코 후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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