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심은 한순간에 찾아온다

회사가 매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도
그 이유로 내 업무역량과는 무관하게 초라한 성과급을 받았을 때도
어떤 설명도 없이 연봉이 동결되었을 때도 회사 생활은 괜찮았다

존경하던 상사들의 성추문과 횡령에 관한 소문을 들었을 때도
낙하산이 들어와 좋은 인력들이 우수수 빠져나갈 때도
불미스러운 일들로 일간지에 회사 이름이 거론될 때도 회사 생활은 괜찮았다.
동료들과 '회사가 어쩌려고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정도의 푸념으로 흘려보낼 수 있었다.

퇴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일이 재미없어서' 라는 아주 간단한 이유에서 시작되었다

내 업무 능력을 다양한 방법으로 면박을 주던 상사 아래에서도 거뜬하게 버텼던 신입시절이 있었다

쪽팔리고 때론 분하고 때론 상사가 밉기도 하고,
그러다가도 결국은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만 남아서
더 공부하고, 생각하고, 결과물을 수도 없이 재확인했었다

그 치열하던 신입 시절은 흘렀고 어느새 '워라밸은 좋으니까'라는 흔한 이유로 버티고만 있는 현재가 되었다

당연하게 점심시간만 기다리고
당연하게 퇴근 몇 시간 전이라고 카운트를 한다
시계 보는 것이 너무 당연해졌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내 하루하루가 아깝고 소중한데 회사에서는 그 시간이 빨리 지나가버리기만 기다리고 있구나

내가 좋아하고 관심있는 일을 하면 이상하게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흐르는 듯한 경험을 다들 해봤을 것이다
그런데 회사에서는 그 시간의 질이 설령 낮더라도, 그냥 아무렇게나 빨리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니..
무려 하루의 1/3 이상을 투자하는 직장에서
퇴근만을 기다리며 사는 직장인이란 얼마나 불쌍한가
그리고 내가 바로 그 사람이 되어버렸단 것을 느꼈을 때 더 늦기 전에 해결책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뒷방 늙은이처럼 퍼져서 봉급만 타먹는 삶에 안주하기에는 아직 내가 젊으니까

좀 더 재밌는 일에 내 시간을 쓰고 싶어졌다





2021.10.21 토막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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